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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3 - 글이 안 써질 때 반복하던 나쁜 습관들

📑 목차

    글이 안 써질 때마다 반복하던 행동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 이어지자, 나는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행동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날이라서 그렇다고 넘기기도 했고, 하루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스스로를 이해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글쓰기 연습을 일정 기간 이상 이어온 뒤, 기록을 차분히 되짚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글이 막히는 날에는 거의 예외 없이 같은 행동들이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켜고 글쓰기 화면을 열어두지만, 실제로는 몇 분 동안 아무 글자도 입력하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멍하니 생각만 하다가, 문장이 떠오르지 않으면 화면을 닫고 다른 일을 했다. 잠깐 쉬었다가 돌아오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다시 앉아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글을 쓰지 못했다는 감각만 쌓여갔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글이 안 써지는 날은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정도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글쓰기를 위해 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글이 안 써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행동들이 오히려 글쓰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글을 못 쓰고 있다는 사실보다, 글을 못 쓰는 상태를 반복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글이 안 써질 때 반복하던 나쁜 습관들

    첫 문장을 완벽하게 쓰려는 습관

    가장 대표적인 나쁜 습관은 첫 문장을 완벽하게 써야 한다고 믿었던 태도였다. 글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도입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첫 문장은 글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해야 하고, 읽는 사람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야 한다는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과했다. 연습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결과물 수준의 시작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결과 한 문장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표현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고치고, 문장 구조가 어색해 보이면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을 반복했다. 몇 줄을 썼다고 느꼈지만, 다시 화면을 보면 결국 같은 문장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집중력은 빠르게 소진되었고,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도 함께 사라졌다.

    기록을 통해 확인해보니, 글이 안 써진 날의 대부분은 도입부에서 멈춘 날이었다. 첫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면 글 전체가 시작되지 않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이 습관은 글쓰기 초반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글쓰기에 익숙해진 이후에도, 완벽한 시작을 요구하는 태도는 여전히 글을 멈추게 만드는 요인으로 남아 있었다.

    쓰기보다 고치기에 집착하던 문제

    글이 안 써질 때 반복하던 또 하나의 습관은 쓰기보다 고치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행동이었다. 문장을 하나 쓰자마자 다시 읽고, 조금이라도 어색해 보이면 바로 수정했다. 수정이 반복되다 보면 처음 썼던 문장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되었고, 때로는 아예 모든 문장을 지워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보다, 계속 다듬고 있다는 피로감만 남았다.

     

    이 습관의 가장 큰 문제는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쓰는 행위와 고치는 행위를 동시에 하다 보니, 생각의 흐름이 계속 끊겼다. 머릿속에서 막 떠오르려던 생각은 문장을 고치는 사이 사라졌고, 다시 생각을 이어가려면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글이 안 써지는 날일수록 이 습관은 더 심해졌다.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이 클수록, 고치는 행동에 더 집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고치는 데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고 나면, 정작 새로운 내용을 써야 할 때는 이미 지쳐 있었다. 글을 쓸 힘은 남아 있지 않았고,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만 커졌다. 당시에는 글이 안 써지는 이유가 생각의 부족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문제는 과도한 수정과 자기검열에 있었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준비에 집착

    글이 안 써질 때 나는 종종 글쓰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준비에 집착했다. 글을 쓰기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폴더와 파일을 정리하고, 글쓰기용 폰트를 바꾸는 데 시간을 썼다. 때로는 더 좋은 글쓰기 도구나 프로그램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준비를 마치면 글이 자연스럽게 써질 것처럼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대부분 글쓰기를 미루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준비가 완벽해질수록 오히려 글쓰기를 시작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써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기록을 남기며 돌아보니, 글이 잘 써진 날에는 이런 준비 과정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별다른 준비 없이 바로 화면을 열고 곧장 쓰기 시작한 날들이 많았다.

     

    반대로 글이 안 써진 날에는 준비만 하다가 시간을 다 써버린 경우가 많았다. 이 습관은 잠시 동안 글쓰기에 대한 불안을 잊게 해주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만 남겼다. 준비는 행동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회피에 가까운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인정할 수 있었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던 태도

    글이 안 써질 때마다 나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다. 오늘은 시간이 부족해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주변 환경이 시끄러워서 글을 못 쓴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런 이유들은 충분히 그럴듯했고, 당장은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문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면 마음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이런 요인들이 영향을 주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니, 환경이 완벽했던 날에도 글이 안 써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과 조용한 공간이 있어도, 글은 여전히 막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외부 요인을 핑계로 삼았다. 그렇게 하면 문제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인을 밖으로 돌리면 당장은 편해지지만, 글쓰기 습관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결국 같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다. 나는 글이 안 써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점점 능숙해졌지만, 그 문제를 바꾸는 데에는 거의 힘을 쓰지 않고 있었다.

    나쁜 습관을 인식하면서 생긴 변화

    이런 나쁜 습관들을 하나씩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첫 문장을 완벽하게 쓰려는 대신, 의미가 없어 보이는 문장이라도 일단 적고 나중에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글의 완성도보다 흐름을 우선하기로 했다. 쓰는 시간과 고치는 시간을 분리하자, 글은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또한 불필요한 준비를 줄이고, 글쓰기 화면을 켜면 바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규칙을 만들었다. 준비보다 행동을 먼저 하겠다는 기준을 세운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글이 안 써지는 날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글이 안 써지는 상태 자체를 그대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기록은 또 하나의 글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이 안 써질 때의 기록이 쌓이면서, 글쓰기는 오히려 더 꾸준해졌다. 잘 써진 결과만이 아니라, 막히고 헤매는 과정까지도 글쓰기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이 갑자기 늘어서가 아니라, 글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글이 안 써질 때의 습관이 말해주는 것

    지금 돌아보면 글이 안 써질 때 반복하던 나쁜 습관들은 모두 글쓰기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평가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글쓰기를 멈추게 만들었다. 글이 안 써지는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이 습관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는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글이 안 써지는 날도 글쓰기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글쓰기는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나쁜 습관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습관을 인식하고 글쓰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배우게 되었다. 글쓰기는 그렇게, 막히는 순간마저도 품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