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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6 - 글쓰기 목표를 낮췄더니 오히려 계속 쓰게 된 이유

📑 목차

    목표를 낮춘다는 결정이 왜 필요했는가

    글쓰기 훈련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의욕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다. 매일 일정 분량을 써야 하고, 최소한 이전 글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기준을 스스로에게 요구했다.

     

    처음 며칠은 이런 목표가 오히려 동기부여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점점 커졌다. 글을 쓰기 전에 이미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아예 글쓰기 화면을 열지 않는 날도 생겼다.

     

    이때 처음으로 ‘계속 쓰기 위해서는 목표를 낮춰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낮춘다는 것은 포기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글쓰기 목표를 낮췄더니 오히려 계속 쓰게 된 이유

    높은 목표가 만들었던 보이지 않는 장벽

    돌이켜보면 높은 목표는 글쓰기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동기를 주기 위해 세운 기준이었지만, 그 기준은 점점 글쓰기 자체를 압박하는 기준으로 변해갔다. 하루에 몇 자를 써야 한다는 숫자,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해야 한다는 규칙은 글을 쓰는 행위보다 목표 달성 여부에만 시선을 고정하게 만들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생각은 이미 결과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그 상태에서는 문장 하나에도 부담이 실렸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해서 지금 몇 자를 썼는지 확인했다. 문단 하나를 마칠 때마다 분량을 체크했고,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가 글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목표에 못 미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집중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남은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정작 써야 할 내용은 점점 흐려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연스러운 글쓰기의 흐름이 생길 수 없었다.

    특히 문제였던 것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감정이었다. 그날의 글쓰기는 단순히 ‘조금 덜 쓴 날’이 아니라, 실패한 하루로 인식되었다. 이 자책감은 글을 쓰지 못한 그날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음 날의 글쓰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전날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면서, 글쓰기 앞에 앉는 일 자체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이렇게 감정이 쌓일수록 글쓰기는 즐거운 연습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과제가 되었다.

    목표가 높을수록 실패의 기준도 함께 높아졌다. 조금만 못 미쳐도 실패라고 느끼게 되었고, 그 실패 경험은 계속해서 누적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열심히 쓰기 위해 세운 목표가,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글을 잘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목표를 관리하고 숫자를 맞추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나중에 이 과정을 돌아보며 깨달은 것은, 글쓰기 연습과 목표 관리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이었다. 글쓰기는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인데, 목표에 집착할수록 그 과정은 점점 경직되었다. 높은 목표는 의욕이 있을 때는 힘이 되었지만, 의욕이 떨어진 순간에는 가장 먼저 글쓰기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이 깨달음 이후에야 비로소 목표의 크기를 줄이고, 글쓰기를 다시 행위 자체로 되돌려놓을 수 있었다.

    목표를 낮추며 바뀐 글쓰기 기준

    결국 나는 글쓰기 목표를 과감하게 낮추기로 했다. 하루에 몇 자를 쓰겠다는 기준 대신, 글쓰기 화면을 열고 한 문장이라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고, 중간에 멈춰도 괜찮다는 규칙을 스스로에게 허용했다. 처음에는 이런 기준이 너무 느슨해 보였다. 과연 이 방식으로 실력이 늘 수 있을지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목표를 낮추자 글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담 없이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졌고, 생각보다 많은 날에 글이 계속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목표를 낮춘 뒤에야 글쓰기 빈도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실패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낸 지속성

    목표를 낮추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실패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그날은 실패로 기록되었지만, 목표를 낮춘 이후에는 거의 매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한 문장을 쓰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이룬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성공 경험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했다.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이미 해냈다는 감각이 남았다. 이 감각은 다음 날에도 자연스럽게 글쓰기 화면을 열게 만들었다. 실패가 줄어들자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도 함께 줄어들었다. 글쓰기가 다시 일상적인 행동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글쓰기 리듬이 살아난 이유

    목표를 낮춘 이후에는 글쓰기 리듬도 조금씩 살아났다. 이전처럼 특정 분량이나 완성도를 의식하지 않게 되자, 글을 쓰는 동안 머릿속이 훨씬 가벼워졌다. 무엇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대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이어가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문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글의 흐름도 자주 끊기지 않았다. 글이 길어지든 짧아지든 상관없이, 그날의 상태에 맞는 분량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도 완전히 멈추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한 문단도 쓰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글쓰기를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목표를 낮춘 뒤에는 한 문장만 써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이 한 문장은 그날의 글쓰기 기록이 되었고, 동시에 다음 날 글쓰기의 출발점이 되었다. 완벽한 시작이 아니라, 이어서 쓸 수 있는 흔적을 남긴다는 개념이 글쓰기를 훨씬 쉽게 만들었다.

    이렇게 남겨진 문장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졌다. 다음 날 글쓰기 화면을 열었을 때 완전히 빈 화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적혀 있는 한 문장은 ‘이미 시작했다’는 신호처럼 작용했고, 그 뒤에 한 문장만 더 붙이면 된다는 안정감을 주었다. 이 작은 연속성이 쌓이면서 글쓰기는 점점 덜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전에는 글이 안 써지는 날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를 비우면 그다음 날에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부담이 글쓰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목표를 낮춘 뒤에는 그런 날에도 기록이 남았다. 아주 짧은 문장이라도 남아 있다는 사실은, 흐름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었다.

    이 차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글쓰기의 연속성이 유지되자,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루하루의 글은 작고 불완전했지만, 그 기록들이 쌓이면서 글쓰기는 분명히 삶의 일부가 되어갔다. 목표를 낮춘 선택은 단순히 부담을 줄여준 것이 아니라, 글쓰기 리듬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목표를 낮춘 선택이 남긴 깨달음

    글쓰기 목표를 낮췄더니 오히려 계속 쓰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명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목표를 낮춘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목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준을 바꾼 것이었다. 이전에는 잘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글쓰기를 멈추곤 했다. 하지만 기준을 다시 설정하면서, 글쓰기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잘 쓰는 것을 목표로 삼는 대신, 쓰는 행위를 목표로 삼았다. 글의 완성도나 분량, 반응을 따지기보다 그날 글을 썼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변화는 글쓰기 훈련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글쓰기는 더 이상 달성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매일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행동이 되었다. 부담이 줄어들자 글 앞에 앉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고, 시작을 미루는 날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기준이 바뀌자 글을 대하는 태도도 함께 달라졌다. 문장이 어색해도 멈추지 않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도 일단 적어 내려갔다. 잘 쓰지 못한 날이 있어도 그 자체로 훈련이 된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마음이 사라지자, 오히려 글의 흐름은 더 자연스러워졌다. 글쓰기가 다시 나에게 맞는 속도를 되찾은 셈이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실력은 목표로 삼을수록 멀어지고, 과정에 집중할수록 따라온다는 사실이었다. 매일 쓰는 행위가 쌓이면서 문장은 조금씩 정돈되었고, 글을 시작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점점 줄어들었다.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었지만,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다른 상태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목표를 낮춘 결정은 글쓰기를 쉽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쓰기를 오래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단기간의 성취보다 지속을 택했고, 완성보다 반복을 우선했다. 그리고 그 선택 덕분에 글쓰기는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 습관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지만, 그 마음이 글쓰기를 멈추게 만들지는 않는다. 나는 오늘도 쓰고 있고, 바로 그 사실이 이 선택이 옳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