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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7 -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게 되는 심리 분석

📑 목차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는 순간에 일어나는 일

    글쓰기를 하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같은 장면이 반복될 때가 있다. 문장을 하나 써놓고 잠시 바라보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운다고 생각했다. 표현이 어색한 것 같고, 의미가 불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동이 반복될수록 의문이 들었다. 정말 문장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글쓰기 훈련을 하며 기록을 남기다 보니,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는 행동은 특정한 날, 특정한 상태에서 유독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에는 어색한 문장도 그대로 두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지만,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비교적 괜찮아 보이는 문장조차 바로 지워버렸다. 이 차이는 문장의 질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게 되는 심리 분석

    자기검열이 쓰기보다 앞서 나갈 때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자기검열이다. 자기검열은 글을 다 쓰고 난 뒤 점검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지만, 글쓰기 초반에 등장하면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린다. 한 문장을 쓰자마자 머릿속에서 평가가 시작된다. 이 문장이 충분히 좋은지, 읽는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이 글이 가치가 있는지 같은 질문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런 질문은 문장을 더 나아가게 하지 않고, 현재의 문장을 부정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판단이 대부분 근거 없는 감정에 가깝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그때 지웠던 문장들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에는 그 문장이 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즉시 제거해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자기검열은 글을 보호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글이 태어나기도 전에 사라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완성된 결과를 미리 상상하는 습관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게 되는 또 다른 심리적 원인은 완성된 결과를 미리 상상하는 습관이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완성된 글의 모습이 그려진다. 논리가 정리되어 있고, 문장이 매끄럽고, 읽는 사람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다. 이 이상적인 이미지와 지금 막 써낸 문장을 비교하는 순간, 대부분의 문장은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비교는 매우 불공정하다. 완성된 결과물과 초안의 한 문장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 초반에는 당연히 문장이 거칠고 방향이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먼저 떠올리는 습관은 현재의 문장을 계속해서 탈락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렇게 되면 글쓰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서 시작과 삭제만 반복하게 된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문장을 지우는 행동 뒤에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숨어 있다. 특히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느낄 때 이 두려움은 더 커진다. 실제로 공개하지 않을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독자가 존재한다. 그 독자는 비판적이고, 판단이 빠르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상의 독자 앞에서 문장을 내놓는 것은 큰 긴장을 동반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문장은 안전하게 지워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행동은 당장의 불안을 줄여주지만,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를 통해 배우는 기회를 차단한다. 기록을 통해 돌아보면, 문장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 때 오히려 다음 문장이 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수를 피하려는 태도가 글쓰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글쓰기 흐름을 끊는 가장 치명적인 습관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는 습관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글쓰기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문장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한 문장이 다음 문장을 부르고, 그 흐름 속에서 사고는 점점 확장된다. 그런데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는 순간, 그 흐름은 단번에 끊겨버린다. 막 떠올랐던 생각은 문장과 함께 사라지고, 다시 처음부터 사고를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문장을 지운 뒤 다시 쓰려고 하면, 방금 전까지 분명히 존재했던 생각이 희미해진 것을 느끼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라는 질문만 남고,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멈춘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글쓰기는 점점 더 느려지고,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생각을 만들어내는 데 쓰여야 할 에너지가, 지운 문장을 복구하려는 데 소모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쓰기 초반에는 이 습관의 영향이 더욱 크다. 아직 글쓰기 리듬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흐름이 한 번 끊기면, 다시 그 흐름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의 질이 아니라, 생각이 이어지는 감각을 만드는 일인데 문장을 즉시 지우는 행동은 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글쓰기는 점점 더 어렵고 부담스러운 작업처럼 느껴지게 된다.

    나중에 글쓰기 기록을 정리하며 돌아보니, 이 사실은 더욱 분명해졌다. 글이 비교적 수월하게 써졌던 날에는 문장을 거의 지우지 않았고, 어색해 보여도 그대로 두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반대로 글이 잘 써지지 않았던 날에는 지운 문장의 수가 남은 문장보다 많았다.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길었던 날일수록, 글의 분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단순한 차이는 문장을 지우는 행동이 글쓰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장을 지우는 것은 순간적으로는 완성도를 높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글쓰기의 속도와 흐름을 모두 떨어뜨린다. 그래서 글쓰기 초반에는 잘 쓰는 것보다, 지우지 않고 계속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문장은 나중에 얼마든지 고칠 수 있지만, 끊어진 흐름은 다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습관을 인식하며 생긴 변화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게 되는 심리를 인식한 이후, 나는 글쓰기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이 행동이 단순한 습관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잘 써야 한다는 불안과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이 심리를 자각하자, 문장을 지우는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글쓰기 흐름을 되찾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정한 규칙은 쓰는 동안에는 절대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 오타가 나거나 문장이 어색해 보여도 그대로 두고, 일단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글쓰기와 수정하기를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나름의 약속이었다. 이 규칙을 정한 이유는, 문장을 고치는 순간마다 생각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규칙이 상당히 불편했다. 화면에 어색한 문장들이 그대로 쌓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문장은 너무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고, 키보드에서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고 싶은 충동도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칙을 지키며 계속 쓰다 보니, 글은 예상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일정 분량을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처음에 느꼈던 불편함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전체 글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무엇을 고쳐야 할지, 어떤 부분을 살리면 좋을지가 더 명확해졌다. 문장을 하나씩 붙잡고 고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구조와 방향이, 글을 끝까지 써본 뒤에야 드러났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분명했다. 문장을 지우고 싶어지는 순간은 글쓰기를 멈춰야 할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계속 써야 할 신호라는 점이다. 그 순간은 생각이 막힌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흐름을 끊지 않고 그 상태를 통과했을 때, 글쓰기는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로 나는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더 쓰려고 한다. 그 선택이 결국 글을 완성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장을 지우고 싶은 충동의 정체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고 싶은 충동은 글을 못 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글을 진지하게 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다만 그 진지함이 방향을 잘못 잡았을 뿐이다. 글쓰기 훈련의 단계에서는 판단보다 기록이 먼저 와야 한다. 문장을 지우는 대신 남겨두는 선택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기도 하다. 이 연습이 쌓일수록 자기검열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글쓰기의 속도와 안정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지금도 여전히 문장을 쓰자마자 지우고 싶은 순간은 찾아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충동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지금 내가 글을 너무 잘 쓰려고 애쓰고 있다는 신호, 그리고 그럴수록 글은 더 안 써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