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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9 -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날의 기록

📑 목차

    끝내지 못한 글이 남긴 하루의 잔상

    그날의 글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문단 몇 개와 중간에서 멈춘 문장, 그리고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을 남긴 채 글쓰기를 닫았다. 분량으로 보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흐름은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날을 실패로 규정했을 것이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도 끝내지 못했으니, 의지가 부족했다거나 집중을 못 했다는 이유를 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쓰기 훈련을 이어오며 기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지금은, 이 미완성의 글 또한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왜 멈추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날의 기록

    시작은 했지만 끝을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

    그날도 평소처럼 글을 시작했다. 주제는 분명했고, 쓰고 싶은 방향도 어렴풋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문장을 이어가다 보니, 글의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 써야 하는지, 어떤 문장으로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흐릿했다. 이때부터 글쓰기는 점점 느려졌다. 문장을 쓰고 멈추고, 다시 고치고, 또 멈추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이유는 분량이나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글의 구조를 미리 그려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향은 있었지만 목적지는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글이 자연스럽게 멈출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날의 미완성 글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완성에 대한 부담이 만든 정지 신호

    글이 중반을 넘어가자, 완성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졌다. 이 글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글을 더 쓰는 것보다 평가하는 일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까지 쓴 내용이 충분한지,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마무리가 허술해 보이지는 않을지 같은 생각들이 동시에 몰려왔다. 이런 생각은 다음 문장을 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멈추게 만들었다. 완성이라는 개념이 구체적인 목표가 아니라, 막연한 기준으로 존재할 때 글쓰기는 쉽게 멈춘다. 그날의 나는 글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완성이라는 단어에 발목이 잡혀 있었던 셈이다.

    멈춘 지점에 남겨진 기록의 가치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기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간에서 멈춘 문단들을 다시 읽어보며, 완성된 글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을 생각과 감정이 더 또렷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떤 부분에서 망설였고 어떤 지점에서 생각이 흐트러졌는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흔적들은 당시의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억지로 결론을 붙이거나 형식을 맞춰 마무리했을 때보다, 미완성의 글에는 글을 쓰던 순간의 감정이 훨씬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문단 사이에 남겨진 공백이나 갑작스럽게 끊긴 문장은, 생각이 막힌 지점이 어디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날의 피로감, 불안, 망설임 같은 감정들이 문장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그대로 글 속에 머물러 있었다. 완성도를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이 미완성의 글들은 이후 글쓰기 패턴을 돌아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나는 언제 글쓰기를 멈추는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손이 멈추는지를 이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주제가 갑자기 커질 때, 혹은 스스로에게 설명을 요구하기 시작할 때 글이 끊긴다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되었다. 이런 패턴은 완성된 글만 남겼다면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미완성의 글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나의 글쓰기 습관을 드러내는 단서였다.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완성되지 않은 글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식은 이후 글쓰기를 이어가는 데 있어, 완성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미완성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계기

    이전에는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날을 가능한 한 기억에서 지우려 했다. 중간에서 멈춘 글은 실패의 증거처럼 느껴졌고, 다시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그래서 그날의 기록은 저장하지 않거나, 파일을 닫아버린 채 다음 날을 기다리곤 했다. “내일은 더 잘 써야지”라는 다짐으로 상황을 덮어두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글쓰기의 흐름을 끊을 뿐 아니라, 같은 지점에서 반복해서 막히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글쓰기 훈련을 이어가며 이 태도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완성하지 못한 글도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매번 결론에 도달해야만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루의 글쓰기를 완성 여부로만 평가하지 않기로 하자, 글 앞에서 느끼던 부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그날 나는 분명 글을 쓰고 있었다.

    대신 나는 기록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날 쓴 글이 어디에서 멈췄는지, 어떤 문장에서 손이 멈췄는지를 그대로 남겼다. 왜 더 이상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는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함께 적었다. 피곤해서였는지, 주제가 갑자기 커졌는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과도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았다. 이런 기록은 다음 날 글쓰기를 위한 힌트가 되었다.

    이 작은 변화는 글쓰기를 훨씬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글을 끝내지 못해도 그날의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음 날 다시 이어 쓸 수 있는 출발점이 생겼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어제의 생각 위에서 다시 글을 이어갈 수 있었다. 미완성의 글은 더 이상 부끄러운 흔적이 아니라, 다음 글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되었다.

    지금은 글을 끝내지 못한 날이 있어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날의 기록을 통해 나의 글쓰기 리듬과 한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완성보다 지속을 선택한 이 태도 변화는, 글쓰기를 오래 이어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되었다. 글을 끝내지 못해도 괜찮다는 허용은,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가장 강한 동력이 되었다.

    글을 끝내지 못한 날 이후의 변화

    그날 이후로 글쓰기를 대하는 방식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글을 시작할 때 반드시 끝을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대신 멈추더라도 기록을 남기자는 기준을 세웠다. 이 기준은 글쓰기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완성을 강요하지 않자, 오히려 글을 더 자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태도 변화 이후에는 글을 끝까지 완성하는 날도 점점 늘어났다. 완성에 대한 압박이 사라지자, 글은 자연스럽게 끝을 향해 나아갔다.

    완성하지 못한 기록이 남긴 의미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날의 기록은 지금도 글쓰기 훈련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그 기록을 다시 읽을 때마다, 글쓰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글을 완성했는지, 분량을 채웠는지 같은 결과보다도, 그날 어떤 상태로 글 앞에 앉아 있었는지가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이 항상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상기시켜준다. 때로는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 특정 지점에서 더 이상 손이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완성된 글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날의 미완성 글에는 집중이 흐트러진 순간, 주제가 갑자기 커졌던 지점, 스스로에게 과도한 설명을 요구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런 흔적들은 완성된 글에서는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

    멈춘 자리에서 얻는 통찰은 의외로 구체적이다. 나는 어떤 유형의 문장에서 자주 막히는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글을 중단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에 자기검열이 가장 강해지는지를 미완성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부분들이, 멈춘 덕분에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 경험은 글쓰기를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자기 관찰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글쓰기 훈련은 점점 완성된 글의 개수를 늘리는 과정이 아니라, 멈춤의 이유를 이해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왜 여기서 멈췄는지, 무엇이 흐름을 끊었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는 일이 글쓰기 실력을 쌓는 데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 완성은 결과이지만, 멈춤은 원인이었고, 나는 그 원인을 통해 나의 글쓰기 습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날의 미완성 글은 그렇게 내 글쓰기 습관을 한 단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면, 그 기록을 떠올린다. 끝내지 못한 글이 남긴 흔적 덕분에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지금의 글쓰기 태도를 만들어준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