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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30 - 글쓰기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 정리

📑 목차

    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는지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완성된 글만 남기려고 했다. 하나의 글을 끝까지 써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중간에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는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된 글만으로는 내 글쓰기 상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글이 잘 써진 날과 안 써진 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이때부터 결과가 아닌 과정, 즉 글을 쓰는 동안의 흐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과정 기록은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나 자신을 관찰하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생긴 순간이었다.

     

    글쓰기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 정리

    기록의 단위는 ‘글’이 아니라 ‘상태’

    글쓰기 과정을 기록할 때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기록의 단위였다. 이전에는 한 편의 글을 기준으로 기록했다면, 이후에는 그날의 상태를 중심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언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시작하기 전의 기분은 어땠는지, 첫 문장을 쓰기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같은 것들이 기록의 주제가 되었다. 글의 주제나 분량보다도, 글을 쓰는 나의 상태를 언어로 남기는 데 집중했다. 이 방식은 글쓰기 결과에 대한 평가를 잠시 내려놓게 만들었고, 대신 과정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상태 중심의 기록은 글쓰기를 성취의 문제에서 관찰의 대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막힌 지점을 구체적으로 적는 방법

    글쓰기 과정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막힌 지점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다. 단순히 ‘오늘은 잘 안 써졌다’라고 적는 대신, 어디에서 왜 멈췄는지를 가능한 한 세분화했다. 도입부에서 막혔는지, 문장을 시작하자마자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아니면 중간 이후에 흐름을 잃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이 기록을 쌓다 보니, 막힘에도 패턴이 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정 유형의 글에서만 막히거나, 특정 시간대에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막힘을 감정이 아닌 정보로 기록하는 방식은, 글쓰기에서 좌절을 줄이고 분석의 대상으로 전환시켜 주었다.

    잘 써진 날도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이유

    글쓰기 과정 기록은 주로 어려웠던 날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잘 써진 날의 기록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 글이 잘 써진 날에는 대체로 고민 없이 넘어가버리기 쉽다. 하지만 그런 날의 상태를 기록해두면, 나중에 글이 안 써질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그날의 컨디션, 글을 쓰기 전의 행동, 글을 쓰는 동안의 집중 방식 등을 남겨두면, 다시 그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잘 써진 날의 기록은 우연을 반복 가능한 조건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기록의 형식은 최대한 단순하게

    글쓰기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에서 형식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형식이 복잡해질수록 기록은 쉽게 부담이 된다. 나는 일정한 틀을 만들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날짜, 글쓰기 시간, 시작 전 상태, 막힌 지점, 쓰고 난 뒤의 느낌 정도만 고정 항목으로 두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적었다. 이 단순한 형식 덕분에 기록 자체가 또 다른 글쓰기 과제가 되지 않았다. 기록은 훈련을 돕는 도구이지, 또 하나의 완성해야 할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쓰지 못한 날의 기록 방식

    글쓰기 과정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글을 쓰지 못한 날도 기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글을 쓰지 못한 날을 실패로 간주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과정 기록을 시작한 이후에는, 왜 쓰지 못했는지를 간단히라도 적었다. 피로 때문인지,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우선순위에서 밀렸는지를 기록했다. 이 기록들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쓰지 못한 날의 기록은 글쓰기 훈련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기록을 돌아보는 시점과 방식

    글쓰기 과정 기록은 쓰는 것만큼이나 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날그날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썼는지, 얼마나 썼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적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기록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서야, 그것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이 또 다른 훈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록을 한 번에 몰아서 읽어보았다. 하루 단위로 읽을 때는 그저 비슷비슷한 고민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묶어 읽자 전혀 다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번 도입부에서 멈추던 기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글을 시작하기까지 오래 망설이던 흔적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기록 속에는 분명히 남아 있었다.

    특히 막힘의 빈도가 줄어들거나, 글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 흔적들은 회고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는 여전히 어렵고 더디게 느껴졌지만, 기록을 통해 보면 분명히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는 경험은 글쓰기 실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크게 줄여주었다. ‘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 대신, ‘보이지 않게라도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고 과정은 단순한 확인을 넘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주었다. 기록은 나에게 감정이 아닌 증거를 제공해주었다. 잘 써졌다는 느낌이 없어도, 기록을 보면 분명히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축적된 사실들은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심리적인 기반이 되었다. 자신을 믿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대신, 기록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기록은 그 자체로 답을 주기보다는, 답을 찾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았는지를 기록을 통해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에서 돌아보는 과정은 글쓰기 훈련의 마무리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출발점이었다. 쓰는 것과 돌아보는 것이 함께 이루어질 때, 기록은 비로소 글쓰기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과정 기록이 만들어준 장기적인 변화

    글쓰기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이 조금씩 자리 잡으면서,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글을 쓰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질문이 ‘이 글이 잘 쓴 글인가, 아닌가’였다. 문장이 매끄러운지, 생각이 정리되어 보이는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도 괜찮을지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했다. 하지만 과정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런 질문보다, 오늘 글쓰기를 하는 동안 어떤 상태였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글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보다, 글을 쓰기까지 어떤 망설임이 있었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시 이어 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결과보다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자, 글쓰기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훈련의 대상으로 옮겨졌다. 잘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구분하기보다는, 모두가 연습의 일부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변화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예전에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날의 글쓰기가 통째로 무의미해진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설령 글이 엉성하게 느껴져도, 그날의 상태와 과정을 기록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글쓰기를 시작할 때 느껴지던 저항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잘 써야 한다는 압박 대신, 오늘의 과정을 남기면 된다는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정 기록은 글쓰기 실력을 단번에 끌어올려주지는 않는다. 문장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표현이 눈에 띄게 세련되어지는 변화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준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도, 훈련이 중단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이 안정감은 글쓰기를 오래 이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

    결국 과정 기록은 글쓰기를 잘하게 만드는 도구라기보다, 글쓰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평가에서 벗어나 훈련의 관점으로 글쓰기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글쓰기는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이 태도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글쓰기 연습 전체를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기록 방식 정리의 결론

    글쓰기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하루의 분량을 적고, 누군가는 감정의 변화를 남기며, 또 다른 누군가는 막힌 지점만 짧게 메모할 수도 있다. 형식도, 길이도, 표현 방식도 모두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이 얼마나 잘 정리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기록은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쓰는 사람 자신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어도 분명한 방향은 있다. 그 방향은 언제나 결과보다 과정에, 평가보다 관찰에 중심을 두는 쪽이다. 글이 잘 써졌는지 못 써졌는지를 판단하려 들기보다, 어떤 상태에서 글을 시작했고, 어느 지점에서 멈췄으며, 그때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면, 글쓰기 과정은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글쓰기 과정 기록은 나를 몰아붙이거나 관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늘은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왜 그런 하루였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도구에 가깝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기록을 남기는 행위는 부담에서 벗어난다. 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관점이 자리 잡으면 기록은 더 이상 긴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잘 쓰지 못한 날에도 솔직하게 남길 수 있고, 쓰지 못한 날에도 이유를 적어둘 수 있다. 기록은 완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곁에 두고 함께 움직이는 동반자가 된다. 이 동반자는 글쓰기가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다시 잡아주고, 멈췄을 때도 완전히 멀어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결국 글쓰기를 오래 이어가게 만드는 힘은 특별한 재능이나 강한 의지가 아니다. 자신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그 과정을 남기려는 꾸준한 기록이다. 과정 기록은 눈에 띄는 성과를 약속하지 않지만, 대신 현실적인 지속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글쓰기 과정 기록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조력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