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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24 - 처음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며 느낀 점

📑 목차

    처음 쓴 글을 다시 열어보며

    글쓰기 연습을 어느 정도 이어온 뒤, 처음 썼던 글을 다시 열어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 글에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문장들, 지나치게 설명적인 표현, 불필요하게 길어진 문단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 쓴 글이었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어색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왜 이런 문장을 썼을까, 왜 이렇게 돌아서 말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읽어 내려가자, 그 어색함 속에 당시의 고민과 노력도 함께 담겨 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며 느낀 점

    처음의 글이 보여주는 상태

    처음 쓴 글의 가장 큰 특징은, 하고 싶은 말보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있다는 점이었다. 문장은 필요 이상으로 길었고, 같은 의미를 반복하는 표현도 많았다.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평가하는 누군가를 상정하고 쓴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문장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중간중간 멈춰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글은 생각을 전달하기보다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를 감추려는 흔적에 가까웠다. 처음의 글은 실력의 부족이라기보다,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의 글에서 느껴지는 변화

    현재의 글을 읽어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문장의 호흡이다.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불필요하게 길어지지 않으려는 의식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던지고, 그에 필요한 설명만 덧붙이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졌다. 또한 글의 목적이 비교적 분명해졌다. 이 글을 통해 무엇을 기록하고 싶은지, 어떤 경험을 정리하고 싶은지가 글의 흐름 속에 드러난다. 처음의 글이 불안과 조심스러움으로 가득했다면, 지금의 글에는 어느 정도의 여유와 수용이 느껴진다.

    기술보다 태도의 변화

    처음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변화의 핵심이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는 사실이다. 문장력을 키우기 위한 특별한 훈련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매일 글을 쓰며, 잘 쓰려는 욕심보다 끝까지 써보는 경험을 쌓아왔다. 이 경험이 글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고, 그 태도가 자연스럽게 문장에도 반영되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동안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했지만, 지금은 쓰고 나서 돌아보는 방식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이 순서 변화는 글쓰기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비교가 만들어준 객관성

    처음과 지금의 글을 나란히 놓고 읽어보는 경험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비교를 통해 보면 분명한 변화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글을 시작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완성하지 못한 글도 많았다. 지금은 시작과 완성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가져간다. 이 차이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기록과 반복이 쌓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교는 자책이 아니라 확인의 도구가 되었다.

    부족함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흥미로운 점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도 여전히 부족함이 분명히 보인다는 사실이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고, 생각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넘어간 대목도 눈에 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지점들을 발견하는 순간, 글 전체가 실패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부족함 하나가 글의 가치 전부를 부정하는 기준이 되었고, 그 감각은 곧바로 글쓰기를 멈추게 만드는 이유가 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족함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부족함은 더 이상 숨겨야 할 결함이나 부끄러운 흔적이 아니다. 오히려 이 글이 아직 열려 있다는 신호, 다시 다룰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표시처럼 느껴진다. 문장이 어색하면 고칠 수 있고, 설명이 부족하면 다음 글에서 보완할 수 있다. 글은 한 번에 완결되어야 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다듬어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 변화 덕분에 부족함이 글쓰기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부족함을 발견하는 순간, 더 써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지금은 오히려 그 지점에서 생각이 확장된다. 왜 이 부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지, 어떤 방향으로 바꾸면 더 분명해질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부족함은 다음 글을 위한 힌트가 되었고, 수정의 대상이자 실험의 출발점이 되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부족함을 혼자만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쓰기 과정에서 부족함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며, 오히려 계속 쓰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느껴지는 글은 대개 멈춘 글이었고, 부족함이 보이는 글은 그만큼 움직이고 있다는 표시였다. 이 인식은 글쓰기 전반에 깔려 있던 긴장을 크게 낮춰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글을 쓰며 부족함을 발견해도, 스스로를 평가하거나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이 부족함이 어디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 한 문장을 더 분명하게 써볼 수도 있고, 같은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풀어볼 수도 있다. 부족함은 끝이 아니라 연결점이 되었고, 글쓰기를 이어가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는 감각과는 다른 종류의 성장이다. 문장이 조금 더 좋아진 것보다, 부족함을 견디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진다.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든 것은 기술의 향상이 아니라 태도의 변화였다. 지금의 나는 부족함이 있는 글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글쓰기는 이전과 전혀 다른 단계로 들어섰다고 느낀다.

    처음의 글이 가진 의미

    처음의 글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히 미숙하다. 문장은 어색하고, 생각은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으며, 흐름도 자주 끊긴다.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글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미숙함 자체가, 그 시점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글이 없었다면 지금의 변화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면 비교할 대상도, 돌아볼 기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의 글은 완성도를 증명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남긴 기록이었다. 그 한 번의 시도가 이후의 모든 글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글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처음의 글을 실패의 기록으로 보지 않는다. 그 글은 잘 쓰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시작했다는 증거다. 출발점에는 언제나 흔들림과 서툶이 함께하기 마련인데, 그 흔들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미 있게 느껴진다. 출발점의 기록이 있었기에,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인식을 갖게 된 이후, 예전의 글을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의 글을 다시 읽으며 얼굴이 붉어지기보다는, 그 시점의 나를 이해하게 된다. 왜 그 문장을 그렇게 썼는지, 왜 그 지점에서 멈췄는지, 왜 그렇게밖에 쓸 수 없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부끄러움 대신 맥락이 생긴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나는 그 처음의 글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 글이 있었기 때문에 글쓰기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갑자기 생겨난 결과물이 아니라, 그 미숙한 첫 글 위에 차곡차곡 쌓여온 결과다.

    결국 처음의 글은 지워야 할 과거가 아니라, 계속 참고하게 되는 기준점이다. 그 글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자, 새로운 글을 쓰는 데 대한 두려움도 함께 줄어들었다. 지금의 글 역시 언젠가는 더 나은 기준으로 보면 미숙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오면, 오늘의 글 또한 출발점 중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처음의 글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교를 통해 얻게 된 결론

    처음과 지금의 글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느낀 가장 큰 결론은, 글쓰기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분명히 앞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루하루의 글에서는 그 차이가 잘 보이지 않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변화는 항상 극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축적되고 있었다.

    그 변화는 문장 하나하나에서 먼저 드러나기보다는, 글을 대하는 태도와 기준에서 먼저 나타났다. 예전에는 문장을 쓰는 순간부터 평가하려 들었다면, 지금은 일단 써두고 나중에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글의 완성도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이 글이 어떤 상태에서 나왔는지를 이해하려는 시선이 자리 잡았다. 이런 태도의 변화가 쌓이자, 문장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비교 경험은 글쓰기에서 성급함이 얼마나 쉽게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지도 깨닫게 해주었다.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수록, 이미 일어난 변화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반대로 지금까지의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글쓰기는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았다. 조급함 대신 신뢰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 경험은 앞으로의 글쓰기에도 중요한 기준으로 남을 것이다.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흐름과 변화를 점검하며 계속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확신을 남겼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단기간에 증명되는 능력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드러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 확신은 앞으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든든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