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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문장이 곧 잘 쓴 글이라고 믿던 시기
글쓰기를 막 시작했을 때 나는 문장이 길어질수록 글이 더 깊어 보인다고 믿었다. 생각이 많다는 증거처럼 느껴졌고, 짧게 끊는 문장은 왠지 미완성처럼 보였다. 그래서 하나의 문장 안에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했다.
설명을 덧붙이고, 예외를 추가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표현을 이어 붙이다 보니 문장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당시에는 이 습관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길어진 문장을 읽고 있으면 ‘그래도 꽤 그럴듯하다’는 자기만족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그 문장들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고, 숨이 막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 어색한 감각이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길어지는 문장이 만들어낸 실제 문제들
문장이 길어질수록 생기는 문제는 단순히 가독성에 그치지 않았다. 글을 쓰는 속도 자체가 느려졌고, 한 문장을 끝내는 데 과도한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문장을 마침표로 끝내기까지 계속해서 내용을 추가하다 보니, 언제 멈춰야 할지 감각이 흐려졌다. 그 결과 글 전체의 리듬도 무너졌다. 문단 하나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핵심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글쓰기 훈련 과정에서 다시 읽기를 해보면,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은 생각이 많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쓰고 있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다
문장이 길다는 사실을 인식한 뒤에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문제에 부딪혔다.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자, 생각을 충분히 풀어내지 못한 채 억지로 끊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시기에는 문장이 짧아졌지만, 글이 더 좋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이 부족해지고, 문맥이 갑자기 끊기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고친다는 것이 단순히 문장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문장의 길이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생각이 담겨 있는지 여부였다.
문장을 쪼개는 기준을 새로 세우다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기준을 세우는 일이었다. 막연히 ‘짧게 써야지’가 아니라, 언제 문장을 끊을지를 정해두는 것이다. 나는 문장 안에서 접속사나 부연 설명이 두 번 이상 등장하면, 그 지점에서 문장을 나눠보기로 했다. 또 하나의 문장 안에 서로 다른 질문이 들어가 있다면, 그것 역시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기준은 글을 쓰는 동안뿐 아니라, 다시 읽을 때도 유용했다. 문장을 나누는 작업은 생각을 나누는 작업과 거의 같았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문장은 점점 숨 쉴 공간을 갖게 되었다.
소리 내어 읽기가 준 결정적인 힌트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고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 중 하나는 소리 내어 읽기였다. 눈으로만 읽을 때는 괜찮아 보이던 문장도, 소리로 읽으면 숨이 차는 지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숨을 쉬어야 할 지점에서 쉼표만 이어지고 마침표가 나오지 않는 문장은 대부분 길었다. 이 방법은 수정 과정에서 특히 큰 도움이 되었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다가 자연스럽게 멈추고 싶은 지점이 생기면, 그곳이 문장을 끊어야 할 자리였다. 이 감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문장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문장을 줄이며 함께 바뀐 글쓰기 태도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고치기 시작하면서, 글을 대하는 태도 자체도 자연스럽게 함께 바뀌었다. 예전에는 한 문장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설명을 담아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각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모든 맥락을 한 번에 제시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문장은 점점 길어졌고, 쉼표와 접속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전달력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장을 과감히 나누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나의 문장에 담으려 했던 생각을 여러 문장으로 풀어놓자, 글의 구조가 훨씬 또렷해졌다. 독자가 따라가야 할 흐름도 단순해졌고, 문장 하나하나의 역할이 분명해졌다. 그제야 여백이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은 글쓰기를 훨씬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격은 독자가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그 시간 덕분에 글은 오히려 더 깊게 읽혔다. 예전처럼 한 문장에 모든 의미를 욱여넣지 않아도, 글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다.
이 변화는 나에게 문장을 줄이는 일이 결코 표현을 포기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오히려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정돈의 과정에 가까웠다. 문장을 나눈다는 선택은 생각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이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글쓰기는 점점 힘을 주는 일이 아니라 힘을 빼는 작업으로 바뀌어갔다.
완벽하게 고쳐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정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은 역시 하루아침에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욕심이 앞설 때면 문장은 자연스럽게 다시 길어지곤 한다. 특히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일수록, 하나의 문장 안에 모든 의미를 담아내려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 문장을 늘려서라도 불안을 메우려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런 상태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문장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내 문장은 왜 이렇게 복잡할까’라는 자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문장이 길어질 때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과하게 설명하려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인식은 글을 수정하는 방향을 훨씬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무작정 문장을 쪼개는 대신, 어디에서 생각이 엉켜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확신이 부족한지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문장을 줄이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길어진 문장을 단순히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글쓰기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완벽하게 고치는 능력보다, 알아차리고 조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 큰 성과였다. 문장이 다시 길어지더라도 그것이 실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리듬과 집중도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런 태도 변화는 글쓰기를 훨씬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문장이 길어지는 순간은, 글쓰기를 멈춰야 할 이유가 아니라, 한 번 숨을 고르고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지점이 되었다.
문장의 길이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고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히 돌아보면, 핵심은 문장의 길이를 조절하는 기술에 있지 않았다. 어디에서 끊고 나눌지, 어떻게 다듬을지 같은 방법론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진짜 변화는 생각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문장은 언제나 생각의 결과물일 뿐이며, 문장 자체를 목표로 삼는 순간 글쓰기는 쉽게 꼬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전에는 문장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먼저였다. 길어진 문장을 발견하면, 무조건 나누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친 문장들은 어딘가 비어 있거나, 흐름이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만 손보려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문장의 문제라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하나의 생각을 분명히 한 뒤에 문장을 쓰면, 길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서부터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지금은 문장이 길어질 때마다, 어떻게 줄일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이 문장 안에 몇 개의 생각이 들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하나의 문장에 두세 가지 생각이 동시에 담겨 있다면, 그건 문장의 길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정리 문제라는 신호였다.
이 깨달음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문장을 억지로 줄이려 하지 않는다. 문장을 자르는 대신, 생각을 나눈다. 생각이 나뉘면 문장도 자연스럽게 나뉘고, 글의 호흡도 훨씬 안정된다. 이 과정에서 글을 쓰는 속도도 오히려 빨라졌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분명해지니,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일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글을 쓸 때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 문장은 정말 하나의 생각만 담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문장은 훨씬 단단해진다. 표현을 더 보태야 할지, 나눠야 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생각의 경계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장을 다루는 기술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태도가 먼저라는 이 인식은, 글쓰기 전반을 훨씬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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