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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13 - 글쓰기 연습에서 분량보다 중요한 요소

📑 목차

    분량이 기준이 되던 시기의 글쓰기

    글쓰기 연습을 시작했을 때 나는 분량을 가장 확실한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하루에 몇 자를 썼는지, 최소 분량을 채웠는지 여부가 그날의 글쓰기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였다.

     

    숫자는 명확했고, 노력한 만큼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감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량은 채우고 있는데, 글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문장을 쓰는 속도는 느려졌고, 글을 시작하기 전의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이 시점에서 나는 분량 중심의 글쓰기 연습이 반드시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분량을 채우는 것과 글쓰기가 익숙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연습에서 분량보다 중요한 요소

    분량 목표가 만들어낸 왜곡된 집중

    분량이 목표가 되면, 자연스럽게 글의 방향도 그 목표를 향해 왜곡된다. 나는 글의 흐름이나 생각의 정리보다, 어떻게든 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거나, 굳이 없어도 될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문단을 늘렸다. 그 결과 글은 길어졌지만, 쓰는 과정은 점점 더 피로해졌다. 분량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보니, 글을 쓰는 동안 현재의 생각에 집중하기보다 숫자를 의식하게 되었다. 이 상태에서는 글쓰기가 사고의 확장이 아니라, 노동처럼 느껴졌다. 분량이 기준이 되는 순간, 글쓰기는 생각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목표를 채우는 수단으로 변하고 있었다.

    분량보다 먼저 점검해야 했던 요소

    분량보다 중요한 요소를 고민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글을 쓰는 태도였다. 나는 글을 쓰는 동안 얼마나 솔직했는지, 얼마나 현재의 생각에 집중했는지를 점검했다. 분량은 적어도, 하나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간 날의 글은 쓰고 난 뒤에도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반면 분량은 많았지만 흐름이 끊긴 글은, 다시 읽기조차 부담스러웠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글쓰기 연습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썼는가’보다 ‘어떻게 썼는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집중해서 쓴 짧은 글 한 편이, 억지로 늘린 긴 글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남겼다.

    끝까지 가져가는 힘의 중요성

    글쓰기 연습에서 분량보다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끝까지 가져가는 힘이었다. 분량이 많아도 중간에서 흐름이 무너지면, 글은 완성되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글이라도 시작과 끝이 분명하면, 그 글은 하나의 온전한 경험이 된다. 나는 분량을 줄이더라도 글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연습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이 변화는 글쓰기 연습의 질을 눈에 띄게 바꾸어놓았다. 글을 완주하는 경험이 쌓이자, 다음 글을 시작하는 부담도 줄어들었다. 분량은 적어도 끝까지 써냈다는 감각은 글쓰기 훈련을 지속하는 데 훨씬 큰 힘이 되었다.

    문장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는 용기

    분량보다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문장을 대하는 태도였다. 나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문장을 쉽게 버리기도 했고,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계속 고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글쓰기 연습이 깊어지면서, 문장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완성도가 낮아 보이는 문장도 남겨두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연습은, 글쓰기 흐름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연습은 분량을 늘리는 데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생각을 끊기지 않고 이어가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이 능력은 결국 더 긴 글을 쓰게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매일 쓰는 것보다 ‘다시 읽는 시간’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분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다시 읽는 시간이었다. 초반에는 많이 쓰는 것이 곧 연습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루에 얼마나 썼는지에만 집중했다. 그 시기에는 글을 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일단 쓰고 나면 곧바로 다음 글로 넘어가곤 했다. 이미 쓴 글을 다시 읽는 일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고, 앞으로 더 많이 써야 한다는 압박이 항상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문득 이전에 쓴 글들을 차분히 다시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떤 내용을 썼는지 확인하려는 마음이었지만, 읽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는 점, 특정 문단에서 자주 흐름이 끊긴다는 점, 그리고 어떤 주제 앞에서는 유독 말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쓰는 동안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패턴들이었다.

    이 다시 읽기의 과정은 새로운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시간에는 감정과 생각에 가까이 붙어 있지만, 다시 읽는 시간에는 한 발 떨어져 글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거리감 덕분에, 글이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를 넘어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수정이나 교정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분량을 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보는 눈이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문장이 매끄러운지, 표현이 좋은지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글 전체의 흐름이나 반복되는 사고방식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다음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어떤 지점에서 내가 흔들리는지를 미리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시 읽는 시간은 글쓰기 연습의 방향을 한 단계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많이 쓰는 연습에서, 나의 글쓰기 습관을 이해하는 연습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분량은 당장 늘지 않았지만, 글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넓어졌다. 그리고 이 시선의 변화는 이후의 글쓰기 전반에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분량을 낮췄을 때 생긴 아이러니한 변화

    아이러니하게도 분량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전체적인 글쓰기 양은 오히려 더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하루에 얼마나 썼는지, 목표로 정한 분량을 채웠는지에 따라 그날의 글쓰기를 평가했다. 분량을 채우지 못한 날은 자연스럽게 실패로 느껴졌고, 그 감정은 다음 날의 글쓰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분량 중심으로 글쓰기를 대하던 시기에는, 쓰는 날보다 쓰지 못하는 날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분량을 목표에서 내려놓자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반드시 채워야 할 숫자가 사라지자, 글을 시작하기 전 느끼던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 큰 결심을 할 필요도 없어졌고,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다. 이 변화는 글쓰기 앞에서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주었다.

    특히 ‘짧게라도 끝까지 써보자’라는 기준은 글쓰기를 훨씬 일상적인 행동으로 만들어주었다. 길게 쓰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은 글을 미루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그 결과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더 자주 일어났고, 하루하루 쌓이는 글의 양도 큰 기복 없이 유지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을 통해 분량은 글쓰기의 출발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에 가깝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분량을 목표로 삼으면 글쓰기는 숫자를 채우는 일이 되지만, 쓰는 행위를 목표로 삼으면 분량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쌓인다. 억지로 늘린 분량보다, 자주 이어진 짧은 기록들이 훨씬 오래 남았다.

    결국 분량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선택은 글쓰기를 쉽게 만들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글쓰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분량은 더 이상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라, 그날의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결과가 되었다. 이 인식 변화는 지금도 글쓰기를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분량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글쓰기 연습에서 분량은 분명히 중요한 요소다. 일정한 분량이 쌓여야만 손에 익고,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하지만 분량은 어디까지나 목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에 가깝다는 사실을, 연습을 거듭하며 점점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분량을 직접적으로 쫓을수록 글쓰기는 오히려 경직되고, 생각을 꺼내는 과정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썼는지가 아니라, 생각을 어떻게 꺼냈는지에 있었다.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문장으로 옮겼는지, 중간에 멈추고 싶은 순간을 어떻게 넘겼는지, 그리고 그 글을 끝까지 가져가려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더 큰 의미를 가졌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하나의 훈련이 되었다.

    분량에 집착하던 시기를 지나면서, 나는 글쓰기 연습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꾸게 되었다. 오늘의 글이 길었는지 짧았는지를 따지기보다, 오늘의 글쓰기가 나에게 어떤 경험이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어디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는지, 무엇이 이전과 달랐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

    이 질문은 글쓰기를 훨씬 오래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분량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게 되자, 글쓰기는 덜 지치는 일이 되었다. 매일 같은 기준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대신, 그날그날의 상태를 인정하며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변화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선택 덕분에,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