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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 과정 12 -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점검한 것들

📑 목차

    늘지 않는다는 감각이 찾아온 시점

    글쓰기 훈련을 어느 정도 이어오다 보면, 반드시 한 번은 ‘글이 늘지 않는다’는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매일 글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가 느껴지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변화가 둔해진다.

     

    문장은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지고, 글을 쓰는 속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 역시 이 시점에서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쓰고 있는데 정말 나아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이 반복되자 글쓰기에 대한 동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막연한 불안 대신, 내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나씩 점검해보기로 했다. 글이 늘지 않는다는 감각을 감정으로만 두지 않고, 점검의 계기로 삼아보기로 한 것이다.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점검한 것들

    쓰는 양과 쓰는 방식부터 점검하다

    가장 먼저 점검한 것은 글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쓰고 있는지였다. 매일 일정 분량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글이 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을 쓸 때 습관적으로 안전한 방식만 반복하고 있었다. 익숙한 표현, 이미 여러 번 써본 구조,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주제만 선택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은 글을 꾸준히 쓰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성장을 막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를 거의 하지 않다 보니, 글이 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점검을 통해 나는 글쓰기에서 양보다 중요한 것은 변주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같은 방식으로 아무리 많이 써도,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기준이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 살펴보다

    다음으로 점검한 것은 글에 대한 나 자신의 기준이었다.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실제로 실력이 정체된 것인지 아니면 기준이 높아진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기록을 돌아보며 이전에 쓴 글과 최근 글을 비교해보니, 분명 문장 구성이나 생각의 깊이는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이 줄어든 이유는, 글을 평가하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단순히 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끄럽고 정리된 글을 기대하게 되었다. 이 변화는 성장의 신호일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기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늘지 않는다는 감각이 조금은 완화되었다.

    쓰기와 고치기의 비율을 점검하다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쓰는 시간과 고치는 시간의 비율도 점검했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데 쓰는 시간이 훨씬 많아져 있었다. 문장을 쓰자마자 다시 읽고 수정하는 습관이 굳어지면서, 실제로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양은 줄어들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글쓰기 근육이 단련되기 어렵다. 기록을 통해 확인해보니, 글이 비교적 잘 늘고 있다고 느꼈던 시기에는 쓰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이 점검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고치는 시간을 뒤로 미루고, 쓰는 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글쓰기의 체감 난이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입력이 충분한지도 다시 살펴보다

    또 하나 점검한 것은 글쓰기 외의 입력 활동이었다. 글을 쓰기만 하고 읽지 않거나, 새로운 정보를 접하지 않는 상태가 길어지면 글은 쉽게 정체된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생각과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글쓰기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재료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마다, 최근에 무엇을 읽었는지,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를 점검했다. 꼭 전문적인 글이 아니어도 좋았다. 짧은 글, 메모, 일상의 관찰도 모두 입력이 될 수 있었다. 입력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글의 소재와 표현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글쓰기 목표와 방향을 다시 확인하다

    글이 늘지 않는다는 감각이 오랫동안 이어질 때, 나는 무작정 더 노력하기보다는 지금의 글쓰기 목표가 과연 나에게 맞는지부터 점검해보게 되었다. 처음 세웠던 목표가 현재의 나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지, 혹은 그 사이에 나의 상태나 환경이 달라진 것은 아닌지를 차분히 돌아보았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고, 그만큼 목표 역시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 목표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아니면 나를 멈추게 하는가. 잘 쓰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들렸지만, 동시에 너무 막연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잘 쓰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려웠고, 조금만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좌절로 이어졌다. 목표가 추상적일수록, 성장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체감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나는 목표의 방향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잘 쓰겠다는 결과 중심의 목표 대신, 특정한 유형의 글을 꾸준히 써보겠다는 과정 중심의 목표로 조정했다. 예를 들어 매일 기록형 글을 써본다거나, 경험을 정리하는 글에 집중해본다는 식으로 범위를 좁혔다. 이렇게 목표를 구체화하자, 무엇을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줄어들었다. 목표가 명확해지니, 글을 쓰는 순간에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점검 과정은 글쓰기 훈련에 다시 방향성을 부여해주었다. 이전에는 막연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방향이 생기자, 글이 늘지 않는다는 감각도 조금씩 옅어졌다. 성장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적어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느낌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반드시 문제가 실력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때로는 목표가 현재의 나와 어긋나 있을 뿐이었다. 목표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일은 글쓰기를 포기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래 쓰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글이 막힐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의 목표는 여전히 나를 앞으로 가게 만들고 있는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글쓰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늘지 않는다는 감각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이 모든 점검 과정을 거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글이 늘지 않는다는 감각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이전에는 이 감각이 찾아오면 곧바로 불안해졌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이대로 계속 써도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를 의심했다. 글이 늘지 않는다는 느낌은 곧잘 실패나 정체의 신호처럼 받아들여졌고, 그럴수록 글쓰기에 대한 의욕은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감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경고라기보다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목표가 현재의 나와 맞는지, 기준이 다시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글쓰기 방식이 어느새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는지를 하나씩 살펴본다. 이렇게 접근하니 늘지 않는다는 감각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사실도 있다. 글쓰기는 직선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정한 노력만큼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는 작업이 아니라, 파동처럼 오르내리며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시기에는 분명히 글이 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또 어떤 시기에는 아무리 써도 제자리에 머무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이 정체 구간을 견디지 못하고 조급해졌지만, 이제는 그 흐름 자체를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실제로는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이는 문장의 질이나 분량은 그대로일지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나 글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달라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글의 형태로 드러난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 인식 덕분에 글쓰기 훈련은 훨씬 안정적인 과정이 되었다. 늘지 않는다는 감각이 찾아와도, 그것을 밀어내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감각을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조금 조정하는 여유도 생겼다. 결국 글이 늘지 않는다는 느낌은 글쓰기를 멈춰야 할 이유가 아니라, 글쓰기 방식을 다시 들여다볼 기회였다. 이런 태도의 변화가, 글쓰기를 오래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점검을 통해 얻은 하나의 결론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점검한 것들을 정리하며 얻은 결론은 단순했다. 늘지 않는다는 감각 자체가 글쓰기를 멈춰야 할 이유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감각은 지금의 방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신호였다. 점검을 통해 글쓰기 방식을 조금씩 조정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경험 이후로는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마다, 조급해지기보다 점검 리스트를 꺼내본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이미 글쓰기 훈련의 일부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