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늘 첫 문장에서 멈춰 서 있던 시간들
글쓰기를 연습하며 가장 자주 좌절을 느꼈던 지점은 언제나 도입부였다. 주제는 정해져 있고, 중간에 쓰고 싶은 이야기들도 머릿속에 흩어져 있었지만, 막상 글을 시작하려고 하면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첫 문장을 쓰는 데 유난히 많은 시간이 걸렸고, 겨우 몇 줄을 적어 내려가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상하게도 글의 중반이나 후반에서는 이런 현상이 덜했다.
도입부만 넘어서면 그다음부터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문장이 이어졌다. 이 반복되는 패턴은 분명 우연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왜 나는 항상 도입부에서 막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도입부에 모든 역할을 몰아주고 있었던 문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내가 도입부에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도입부는 흥미로워야 하고, 글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야 하며, 읽는 사람을 단번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문장을 첫 단락에서 완성하려다 보니,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도입부는 글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이 강박은 첫 문장을 쉽게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분석해보니 나는 도입부를 ‘시작’이 아니라 ‘결론에 가까운 완성본’처럼 다루고 있었다. 이 인식 자체가 도입부에서 막히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읽히는 글을 의식할수록 멈춰버리는 손
도입부에서 유독 막혔던 또 다른 이유는, 그 부분에서만 유난히 ‘독자’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중간이나 후반부를 쓸 때는 비교적 솔직하게 내 생각을 풀어내면서도, 도입부에 들어서면 갑자기 문장이 평가받는 대상처럼 느껴졌다. 이 글이 지루해 보이지는 않을지, 너무 평범하지는 않은지 같은 생각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 결과, 도입부는 내 생각을 꺼내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검열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분석해보니 글이 막힌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막힌 것이 아니라, ‘보여주려는 의식’이 글쓰기를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도입부를 쓰는 목적이 불분명했던 상태
도입부에서 자주 길을 잃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부분을 왜 쓰는지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연히 “도입부니까 이렇게 써야 한다”는 기준만 있었지, 이 글의 시작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지는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목적 없는 도입부는 방향 없는 출발과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니 한 문장, 한 문장이 계속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이 분석 이후, 나는 도입부를 쓰기 전에 스스로에게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가장 먼저 꺼내고 싶은 생각은 무엇인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도입부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완벽한 시작을 기대했던 습관
도입부에서 항상 막혔던 이유를 더 깊이 들여다보니, 완벽한 시작을 기대하는 습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나는 첫 문장이 곧 글의 인상을 결정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그 문장은 흠잡을 데 없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쓰기 훈련을 이어오며 깨달은 것은, 대부분의 좋은 도입부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초안의 도입부는 어색하고 평범한 경우가 많았고, 수정 과정에서 점점 다듬어졌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나는 초안 단계에서부터 완성도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대가 도입부를 가장 무거운 구간으로 만들어버렸다.
도입부를 ‘쓰기’보다 ‘고치기’의 대상으로 인식하다
분석을 거듭하며 나는 도입부를 쓰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전에는 글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도입부가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문장이 글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그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글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도입부를 쓰는 데 유난히 많은 시간을 쏟았고, 그만큼 글을 시작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이런 패턴을 인식한 뒤, 나는 도입부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의도적으로 바꾸었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애쓰는 대신, 일단 아무 문장이나 써두고 나중에 반드시 고칠 대상이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이 문장은 임시라는 전제를 붙이자, 문장을 쓰는 손이 훨씬 가벼워졌다. 도입부를 완성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압박이 사라지자, 글쓰기는 비로소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도입부를 임시 문장으로 채워두자, 글의 나머지 부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의 핵심이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갈지에 에너지를 쓸 수 있었고, 중간에서 멈추는 일도 줄어들었다. 도입부 때문에 멈추던 글들이,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글 전체를 어느 정도 써 내려간 뒤에 다시 도입부를 돌아보는 경험도 이전과는 달랐다. 이미 글의 방향과 결론이 보이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도입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도입부가, 글 전체를 정리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도입부는 더 이상 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마지막에 다듬을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도입부를 임시로 두는 선택은 글쓰기 흐름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글은 완벽한 시작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움직인 뒤에 형태를 갖춘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작은 인식 변화는 이후의 글쓰기에서도 계속해서 적용되고 있으며, 글을 시작하는 데 느끼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도입부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져온 결과
도입부에서 항상 막히던 이유를 차분히 분석한 이후, 글쓰기 전반의 흐름도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글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첫 문장을 쓰기까지 한참을 망설였고, 글쓰기 화면을 열어둔 채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이제는 첫 문장을 쓰는 데 들이던 시간이 확연히 짧아졌고, 일단 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입부가 완전히 쉬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글을 시작할 때면 약간의 긴장감이 남아 있고,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그 막힘을 막연한 무능력이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입부에서 막힌다는 감각이 들 때마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은 도입부에 과도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지다. 이 문장 하나로 글 전체를 설명해야 한다거나, 처음부터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에게 지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그다음으로는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핀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글을 누군가 평가할 것처럼 상상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이지 않는 독자를 앞에 두고 문장을 검열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또 하나 중요한 점검 대상은 완벽에 대한 기대다. 첫 문장부터 매끄럽고 인상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는 않은지, 연습 단계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한다. 이런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막힘의 원인이 글쓰기 실력 자체가 아니라 태도와 기준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 점검 과정은 이제 글쓰기에서 빠질 수 없는 하나의 단계가 되었다. 글을 쓰기 전이나 도입부에서 멈칫할 때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글쓰기 훈련은 점점 더 구조적인 활동으로 바뀌었다. 막힘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막힘이 생기는 조건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쪽에 가까워졌다. 그 결과 도입부는 여전히 까다로운 구간이지만, 더 이상 글 전체를 멈추게 만드는 장애물은 아니게 되었다. 도입부에서의 막힘을 점검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글쓰기는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게 되었다.
도입부는 시작이지 시험이 아니다
도입부에서 항상 막히던 이유를 분석해보니, 문제는 문장 실력이 아니라 인식과 태도에 있었다. 도입부는 글의 시작일 뿐, 글 전체를 평가받는 시험대가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변화도 분명했다. 이제 도입부는 더 이상 글쓰기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생각을 천천히 꺼내기 위한 첫 발판에 가깝다. 이 인식 변화는 앞으로의 글쓰기에서도 계속해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글쓰기 훈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글쓰기 훈련 과정 16 - 글쓰기 훈련 중 효과 있었던 방법과 없었던 방법 (0) | 2025.12.16 |
|---|---|
| 글쓰기 훈련 과정 15 - 문장이 길어지는 습관을 고치기까지의 과정 (0) | 2025.12.15 |
| 글쓰기 훈련 과정 13 - 글쓰기 연습에서 분량보다 중요한 요소 (0) | 2025.12.15 |
| 글쓰기 훈련 과정 12 - 글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점검한 것들 (0) | 2025.12.15 |
| 글쓰기 훈련 과정 11 - 글쓰기 훈련을 하며 발견한 나만의 패턴 (0) | 2025.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