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서론: 나는 왜 ‘존재한다’는 말이 불편해졌을까
나는 사건의 지평선에 대해 공부할수록, 이 개념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해도 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설명할 때 무심코 “거기에 있다”거나 “존재한다”는 표현을 쉽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나 나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개념 앞에서는 이 표현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는 바위나 별처럼 손으로 가리킬 수 있는 대상과, 사건의 지평선을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말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건의 지평선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으며, 특정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실제 구조물처럼 사건의 지평선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모순적인 느낌이 바로 이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사건의 지평선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이해를 위해 만들어낸 개념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2. 우리가 말하는 ‘존재’의 기준
나는 먼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존재한다’는 말의 기준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보통 어떤 대상이 공간을 차지하고, 물리적 영향을 주며, 관측 가능할 때 그것이 존재한다고 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나는 책상이 존재한다고 말할 때 그것을 만질 수 있고, 위치를 특정할 수 있으며, 다른 물체와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사건의 지평선은 이런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사건의 지평선은 어떤 두께를 가진 구조물이 아니고, 그 자체로 중력을 만들어내는 물질도 아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우리가 익숙한 방식의 ‘존재’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사건의 지평선은 어떤 것이 놓여 있는 장소라기보다, 특정 조건이 성립되는 지점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나는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건의 지평선을 잘못된 이미지로 상상하게 된다고 느꼈다.
3. 사건의 지평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사건의 지평선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나는 지도 위에 점을 찍듯이, 우주 공간 어딘가에 정확한 선이 그어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더 생각해 보면서, 이 상상이 얼마나 인간적인 방식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건의 지평선은 고정된 좌표에 표시된 선이 아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질량과 중력, 그리고 빛의 속도라는 조건이 만나는 지점에서 정의된다. 나는 이 정의가 ‘무언가가 있다’기보다 ‘이 조건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설명에 가깝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사건의 지평선은 공간 속에 놓인 대상이 아니라, 물리 법칙이 만들어내는 한계선이다. 나는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한다기보다, 성립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4. 관측이 만들어내는 존재
나는 사건의 지평선을 이해하면서 관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다시 한 번 주목했다. 나는 우리가 사건의 지평선을 직접 볼 수 없고, 그 효과를 통해서만 추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고 느꼈다. 사건의 지평선은 어떤 신호도 바깥으로 보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관측의 한계를 표시하는 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사건의 지평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 우리가 더 이상 알 수 없는 영역이 시작되는 지점을 표시하는 개념이다. 나는 이것이 마치 인간의 시야가 닿지 않는 수평선을 ‘지평선’이라고 부르는 것과 닮았다고 느꼈다. 지평선은 실제로 땅 위에 선이 그어져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의 한계 때문에 생겨난 개념이다. 사건의 지평선도 이와 유사하게, 관측이 닿을 수 있는 범위의 끝을 의미한다.
5. 존재하지 않지만 의미는 분명한 것들
나는 이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한 의미와 효력을 가지는 개념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많은 기준들이 사실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는 시간대라는 개념을 떠올렸고, 지구 어딘가에 실제로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계를 기준으로 사람들의 생활 리듬과 사회의 약속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나는 국경선도 마찬가지라고 느꼈다. 국경선은 땅 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선이 아니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적용되는 법과 제도, 책임과 권리가 달라진다. 나는 경제 지표 역시 숫자와 약속으로 이루어진 개념이지만, 그 변화 하나로 사람들의 선택과 사회의 흐름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을 떠올렸다.
나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어떤 개념이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느꼈다. 사건의 지평선도 바로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건의 지평선은 어떤 입자나 구조물로 이루어진 대상은 아니지만, 그 개념 하나로 인해 블랙홀이라는 천체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우리는 사건의 지평선을 기준으로 블랙홀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빛과 정보가 오갈 수 있는 범위를 판단한다. 나는 이 기준이 없다면 블랙홀이라는 대상 자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는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순하게 말하는 표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물질적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사건의 지평선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의미와 결과는 분명히 현실에 반영된다. 나는 이 개념이 실제로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고려할 때, 존재 여부를 물질성 하나로만 판단하는 시각이 한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했다. 사건의 지평선은 잡을 수는 없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기준이다. 나는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우주 속에 놓인 사물이기보다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념적 구조라고 느꼈다.
6. 그래서 사건의 지평선은 무엇인가
나는 결국 사건의 지평선을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지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이 질문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때 흔히 사용하는 단순한 분류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설명할 때,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사건의 지평선 앞에서는 이 방식이 오히려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고 느꼈다. 사건의 지평선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물질적 존재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건의 지평선이 공간 속에 놓인 어떤 물체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졌다. 그것은 돌이나 별처럼 자리를 차지하는 대상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과 관계가 성립될 때 드러나는 경계다. 나는 이 경계가 중력, 빛의 속도, 관측자의 위치와 같은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정의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은 만들어진 것이기보다, 이해되기 위해 설정된 기준에 가깝다. 나는 이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이 개념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출발점이라고 느꼈다.
나는 그래서 사건의 지평선을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정의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두 표현은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각각 다른 측면을 강조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이 개념이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어떤 일이 가능하고, 어떤 일이 불가능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하다. 나는 이 기능적인 역할이 이 개념의 핵심이라고 느꼈다.
사건의 지평선은 우주가 가진 물리적 한계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건의 지평선은 인간의 관측 능력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경계를 통해, 우주가 언제나 우리의 질문에 답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단순한 천문학 용어를 넘어, 인간 인식의 한계를 비추는 거울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사건의 지평선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7. 결론: 존재보다 중요한 질문
나는 사건의 지평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만을 존재로 인정하려 한다. 그러나 우주는 그런 직관에 맞춰 설계된 공간이 아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서 있는 개념이며, 그 모호함 자체가 이 개념의 본질이다. 나는 이 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단순한 천문학 용어가 아니라, 인간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느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의 지평선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그 개념이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만드는지다. 나는 이 질문이 블랙홀보다 더 깊은 사고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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